2008/09/07 - [image] - 자전거로 서울 - 속초 라이딩 (1탄:준비하기)
2008/09/07 - [image] - 자전거로 서울 - 속초 라이딩 (2탄:여행사진)
2008/09/07 - [image] - 자전거로 서울 - 속초 라이딩 (3탄:잡설)
자전거 여행 후 소감 - .
1.
집에 오니 아부지가 사는 것도 부침(浮沈)이 있는 거라고 하셨다. 그러나 <힘들 때가 있으면 또 낙이 오는 법이다>와 같은 속설은 현실을 잘 반영하고 있지 않다. 또한 <지금 힘든 것, 잠시만 견뎌라>는 결과적으로 편안해진 여유로운 그 누군가의 조언이지 전태일처럼 죽어버린 이는 <오늘만 더 참자, 인생 오르막 있으니 내리막 없으리>라고 노래하지 않는 것이다.
현실은 오히려 가혹한 편이다. 언덕만 올라가면 내리막길이 있고 시원한 내리막길은 내게 바람을 주지만, 내리막 이후에 또 오는 것은 언덕일 뿐이지 누구에게나 시원하게 미끄러지는 미래를 약속하지는 않는 것이다. 그러므로 서울대에 합격하고 그 어떤 멋진 프로페션을 얻는다해서 행복해지는 것이 아니고, 나의 종착지가 내리막에서 끝나기를 바라면서 열심히 오르막길을 저축하는 페달 또한 확률상 어리석다. 어떤 이는 오르다가 끝나고, 어떤 이는 오르기도 전에 여정을 끝낸다.
난 자전거를 왜 탔을까? 자전거를 타는 이유는 집에 가기 위해서가 아니라, 지금 나의 힘으로 가는 이 자전거가 주는 바람을 먹기 위해서가 아니었나? 집에 가는 목적은 상관없다고 외쳐보기. <언덕은 인생의 고난, 내리막은 축복>이라는 달콤한 격언을 내팽개치기. 내게 도전을 주는 미시령이 아니라 거기에 원래 있었을 뿐인 미시령의 거룩함을 존경하기, 나에게 시원한 바람은 어떤 이에게 맞바람임을 깨닫기. 누군가 오르는 길을 내려가며, 내가 내려가는 길로 누군가를 올려 보내면서 서로 빚 지고 미안해 하면서 감사하면서 살기로 다짐하기..... 바람이 불 때 아 시원하다!!! 먹을 것을 먹을 때 너무너무 맛있습니다!!! 감사하기... 집에 가야 사람이 되는 게 아니라 페달을 1분에 90번씩 밟으며 심장이 쿵쾅거려야 사람임을 깨닫기. 열라 빡센 여행으로 나를 정화시키는 고행 비스무레 한 가식을 입는 대신에, 여행을 여행으로, 바람을 바람으로, 친구 생각은 친구 생각으로 그렇게 내 있는 모습 그대로를 마주해보기. 나는 삶의 목적을 위해서가 아니라 삶을 위해서 달린다.
2.
아무도 없는 미시령. 풀벌레 울고 보름달이 나를 비추일 때, 올라가면서 힘들어서 울고 싶어 안장에 코를 박고 아스팔트에 젖은 숨을 토했다. 눈 앞에 달만이 비추는 시멘트의 질감이 반짝일 때, 문득 <한번도 이 산을 내 발로 넘지 않고 죽는다면 얼마나 아쉬웠겠어?>라고 생각했다.
사실 대개의 사람들이 석유연료의 연소에 기대어 이 산을 넘는 것은 대단한 반칙이다. 발로 산을 밟고 넘는 것이나 자동차 타이어로 밟고 넘는 것이나 매한가지로 보일 수도 있겠으나, 숨이 턱까지 차서 발이 휘청거리게 되자 내가 아니라 산이 나를 넘겨주지 않으면 산을 넘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바람이 불어주어 시원하고, 산을 넘을 때 산의 도움을 받는 것이 진짜 여행이라면, 바람을 만들어 내가면서 산에게 미안하지도 않고 고맙지도 않고 바랄 것도 없고 슬프지도 않고 사랑도 없는 산넘이는 대단한 가짜가 아닌가. 내가 한 번 숨 쉴 때, 산도 한 번 들이쉰다. 내가 한 번 낑낑거리면 풀벌레 울어주면서 내 발을 잡아 끌어 정상으로 정상으로 불러주는 산이랑 달님을 ... 모든 매연과 모든 강철 장갑차들이 추방되고 나서야 미시령에서 만날 수 있었다. 아기곰이 어미곰의 모유로 넘치는 뜨끈한 배 위를 장난스럽게 타고 넘는 그 따뜻한 넘음과 넘겨줌이 좋았다. 혹시 차로 넘는 것은 미시령을 불임으로 만드는 일이 아닐까. 한 번이라도 호흡으로 미시령을 뒹굴어 넘는 일은 참 행복한 일이구나. 깜깜하고 적막하니 참 더 감사하고 좋구나! 침 흘리면서 올라간 길에 허기진 배를 움켜쥐면서도 나를 감사하게 한 미시령처럼 내 일상도 감사하다면 참 행복하게 살겠구나..
한 아저씨가 어두운 곳 절벽 난간에 베낭을 두고 하늘을 보고 있었다.
<도보로 넘으세요?>
돌아보지도 않고 대답하신다.
<예...>
사진은 네이버 ohkbg님(번짱)이 찍어주셨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