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외고에서는 매년 희망하는 학생에 한하여 교육 후 학교에서 세례를 받습니다. 

목사님은 마음에 준비가 되지 않거나, 확신 없는 이가 세례 받는 일이 없도록 노력을 기울입니다. 나는 목숨을 담보로 전환과 돌이킴을 상징했던 세례가 현대에 이르러 얼마나 진지하게 고려될 수 있는 것인지, 대량으로 남발되는 백화점식 판매가 아닌 세례는 어떤 모습이어야 되는 것인지..  역시 이런 문제를 직접 집례하는 목사님은 참 어려운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사실 올해는 작년보다 훨씬 많은 아이들이 세례를 받았고, 우리반이 가장 많이 받았습니다. 전 한번도 권유해본 적 없는데 열다섯이나 무릎을 꿇겠다고 약속했다 하여 내심 걱정이 된 것도 사실입니다. 케익 하나에 사상과 종교의 양심을 가볍게 여겨 무릎꿇는 사소한 경험이 아니기를 바랐습니다. 

하지만 세례 받고 꽃이랑 케익을 들고 와서 생수병에 꽃을 두고, 맛있는 케익을 받아 좋아라 하는 아이들을 보니 마음이 놓였지요. 오늘은 죽음을 담보로 골수를 뒤집는 혁명도 중요하지만, 맛있는 케익이랑 500원짜리 생수병의 꽃도 중요하구나 생각합니다. 애들은 즐겁게, 진실하게, 따뜻하게 또 자라고 자꾸자꾸 태어나고 자꾸자꾸 건강해지는 것일테니 나의 걱정은 기우였습니다. 차가운 성수를 머리에 부을 때 눈을 감고 무언가 흐르는 전율을 느꼈다면, 우리 더 마음까지 깨끗하고 머리에 상쾌한 물 흐르듯 매일 감사하며 살자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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