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모씨는 젊었을 때 사업을 하다가 26억을 날렸다고 주장한다. 빚 때문에 친척들이 집을 팔아 그를 도와주느라 집안이 망했다고, 게다가 고된 막노동터를 전전하며 치아가 다 빠져버렸다고 했다. 현재 그는 49세로서, 각각 중3과 고3인 아들 두 명과 홀어머니와 함께 마포구청역 부근에서 살고 있는데, 이틀 전에 노량진 시장에 일거리를 얻었다고 했다. 밤 10시에 출근해서 오전 10시까지 하루 12시간 일하면 200만원을 준다고 사장님이 약속한 그 일 이야기에 내가 "많이 받네요."라고 대꾸하자, "밤 10시에 가서 아침 10시에 오는데?" 라며 똥 싸는 자세로 주저앉아 담배에 불을 붙인다.
김모씨는 3분 전에 내가 밀쳐서 자전거 사이에서 균형을 잃으며 와장창 넘어질 뻔 했다. 그건 좀 나로서도 의외의 시도였는데, 왜냐하면 살면서 한 번도 성인을 때려보거나 밀쳐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일차적으로는 그가 내 자전거를 훔치고 있는 듯 보였기 때문에 저지하고자 한 행동이었으나 ..다시 생각해보니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그는 내가 "이 자전거 아저씨 꺼에요?"라고 물었을 때, 정확히 다음과 같이 말했다. "자전거는 안 건드렸어요. 살펴보세요. 가방만 가져갈라고 그랬지. 가방이 좋아보여서."
순간 손에 가위를 들고 있는 게 보였는데, 나를 찌를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한 손으로 가위를 뺏고 112에 신고를 했다. 돈 2만원짜리 안장 가방이 탐났던 그에게, "아저씨 처음 아니죠?"라고 묻자, "나도 자전거 타는 사람이요. 어떤 씨발놈이 내 가방을 훔쳐가서 내가 지나가다가 좋아보여서 가져갈라고 그런거지.".. 라고 했다. "자전거 어디있는데요?".. 라고 내가 묻자, "못 믿는 거야?"라더니 갑자기 바지를 내렸다. 싸이클 선수들이 입는 똥싼 바지 마냥 엉덩이 패드가 달린 쫄바지가 드러나고, 무릎 아래의 바지는 펭귄처럼 발목을 수갑 모양으로 감싼 채 그가 섰다. 나는 이제 웃기기 시작한다. "자기 거 없어졌다고 남 거 가져가면 됩니까?" ... "죄송하게 됐수다. 그냥 자전거가 싸구려면 보지도 안해. 가방이 좋아 보이길래.." ... 난 갑자기 소주병과 함께 그가 휴대하는 노숙자삘 캐리어에 뭐가 들어있는지 묻는다. "나물이요." ... 젠장 웃으면 지는 건데.
잠시 후 경찰 도착.
변호사 선임 어쩌구 저쩌구 체포합니다. 하자, 갑자기 죄책감이 파도처럼 밀려와, 그냥 훈방 조치 해 주세요.. 내가 빈다. 절도는 훈방이 성립 안된다면서 나도 지구대로 와야 한다고 했다.
갑자기 이게 내가 의도한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으나 이미 늦었다.
경찰이 묻는다. 직업? 교사요. 어디요? 이화외고요.
이 질문에 답하면서 역겨워서 토할 것 같았다. 꼭 직장도 있고 수입도 있다는 제증명은 내 도덕성과 대단히 연결되는 듯한 느낌. 아저씨가 생전 처음보는 사람 앞에서 자신의 취미를 증명하기 위해 바지를 내린 사건이나, 가방에 들어있는 나물과, 내 안장가방의 고무링을 잘라낸 "나물가위"는 그 내용이나 사상이 아니라 형식 그 자체로 비도덕을 상징하는 것으로 치부되는 것 같아 불쾌해져버렸다. 이건 다시 말해 형식이 사상을 억압하는 현장인 것이다. 비약인가? ........ "처벌을 원하십니까?" 라는 질문에 "절대 아닙니다." 라고 대답하는 내가 저 한 켠에서 그 "나물 가위"가 흉기로 분류되는지 아닌지를 검색하고 있는 경찰관의 뒤통수에다 대고, "I'm his father." 라고 말하고 싶었던 기분을 당신이 이해한다면, 오늘 사건은 망원동 절도사건이 아니라 "나물가위"를 둘러싼 대단한 소설로 정의하는 데에도 공감할 거라고.
이 소설의 주제는 요컨대,
지역 주민이 이용하는 자전거의 평균 수준을 상회하는 자전거를 소유하는 것과
나물 가위로 그 자전거에서 안장을 분리하는 것 중 도덕적으로 더욱 캐안습인 것은?
씨바, 누구는 살면서 한 번이라도 남을 위해서 연탄처럼 불 탔냐고 묻던데,
오늘 생각해보니 살면서 내 결벽을 증명하려고 바지를 내려본 적이 없는 게 창피해 죽겠다.
p.s.
우리 엄뉘 이 글 보시면 또 자전거 팔라 하시겠네.
김모씨는 3분 전에 내가 밀쳐서 자전거 사이에서 균형을 잃으며 와장창 넘어질 뻔 했다. 그건 좀 나로서도 의외의 시도였는데, 왜냐하면 살면서 한 번도 성인을 때려보거나 밀쳐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일차적으로는 그가 내 자전거를 훔치고 있는 듯 보였기 때문에 저지하고자 한 행동이었으나 ..다시 생각해보니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그는 내가 "이 자전거 아저씨 꺼에요?"라고 물었을 때, 정확히 다음과 같이 말했다. "자전거는 안 건드렸어요. 살펴보세요. 가방만 가져갈라고 그랬지. 가방이 좋아보여서."
순간 손에 가위를 들고 있는 게 보였는데, 나를 찌를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한 손으로 가위를 뺏고 112에 신고를 했다. 돈 2만원짜리 안장 가방이 탐났던 그에게, "아저씨 처음 아니죠?"라고 묻자, "나도 자전거 타는 사람이요. 어떤 씨발놈이 내 가방을 훔쳐가서 내가 지나가다가 좋아보여서 가져갈라고 그런거지.".. 라고 했다. "자전거 어디있는데요?".. 라고 내가 묻자, "못 믿는 거야?"라더니 갑자기 바지를 내렸다. 싸이클 선수들이 입는 똥싼 바지 마냥 엉덩이 패드가 달린 쫄바지가 드러나고, 무릎 아래의 바지는 펭귄처럼 발목을 수갑 모양으로 감싼 채 그가 섰다. 나는 이제 웃기기 시작한다. "자기 거 없어졌다고 남 거 가져가면 됩니까?" ... "죄송하게 됐수다. 그냥 자전거가 싸구려면 보지도 안해. 가방이 좋아 보이길래.." ... 난 갑자기 소주병과 함께 그가 휴대하는 노숙자삘 캐리어에 뭐가 들어있는지 묻는다. "나물이요." ... 젠장 웃으면 지는 건데.
잠시 후 경찰 도착.
변호사 선임 어쩌구 저쩌구 체포합니다. 하자, 갑자기 죄책감이 파도처럼 밀려와, 그냥 훈방 조치 해 주세요.. 내가 빈다. 절도는 훈방이 성립 안된다면서 나도 지구대로 와야 한다고 했다.
갑자기 이게 내가 의도한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으나 이미 늦었다.
경찰이 묻는다. 직업? 교사요. 어디요? 이화외고요.
이 질문에 답하면서 역겨워서 토할 것 같았다. 꼭 직장도 있고 수입도 있다는 제증명은 내 도덕성과 대단히 연결되는 듯한 느낌. 아저씨가 생전 처음보는 사람 앞에서 자신의 취미를 증명하기 위해 바지를 내린 사건이나, 가방에 들어있는 나물과, 내 안장가방의 고무링을 잘라낸 "나물가위"는 그 내용이나 사상이 아니라 형식 그 자체로 비도덕을 상징하는 것으로 치부되는 것 같아 불쾌해져버렸다. 이건 다시 말해 형식이 사상을 억압하는 현장인 것이다. 비약인가? ........ "처벌을 원하십니까?" 라는 질문에 "절대 아닙니다." 라고 대답하는 내가 저 한 켠에서 그 "나물 가위"가 흉기로 분류되는지 아닌지를 검색하고 있는 경찰관의 뒤통수에다 대고, "I'm his father." 라고 말하고 싶었던 기분을 당신이 이해한다면, 오늘 사건은 망원동 절도사건이 아니라 "나물가위"를 둘러싼 대단한 소설로 정의하는 데에도 공감할 거라고.
이 소설의 주제는 요컨대,
지역 주민이 이용하는 자전거의 평균 수준을 상회하는 자전거를 소유하는 것과
나물 가위로 그 자전거에서 안장을 분리하는 것 중 도덕적으로 더욱 캐안습인 것은?
씨바, 누구는 살면서 한 번이라도 남을 위해서 연탄처럼 불 탔냐고 묻던데,
오늘 생각해보니 살면서 내 결벽을 증명하려고 바지를 내려본 적이 없는 게 창피해 죽겠다.
p.s.
우리 엄뉘 이 글 보시면 또 자전거 팔라 하시겠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