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부터 지리산을 둘러 걷기 위해 인월에 도착! 친구를 기다리며 피시방에서 글을 쓰고 있어요. 

어제는 설악산에 다녀왔어요. 겨울에 설악산에 가면 손 위에 까슬까슬한 작은 발의 감촉을 느끼며 새들과 친구가 될 수 있죠. 여름에는 상대적으로 모이가 흔하기 때문에 잘 모이지 않고, 또 너무 깊은 산으로 올라가도 잘 오지 않습니다. 설악산 공원에서 비선대 올라가는 길이 아침에 가면 너무 번잡하지 않으면서 새들과도 금새 친해질 수 있는 곳이에요. (산이 깊어도 산장에서 지속적으로 모이를 주면 새들도 알아본다고..)

요령은 달리 없고, 새를 한 마리라도 발견하면 땅콩이나 빵 조각 같은 것들을 손에 올려놓고 조용히 기다리면 끝. 주변이 너무 복잡하거나 시끄러우면 새들도 눈치를 오래 보는 편이에요. 사람들이 많이 오지 않는 평일날 아침에 가서 조용한 산에서 새소리와 나무 흔들리는 소리를 들으며 그들과 만나는 시간을 갖는 것을 추천한다는.

땅콩엿에서 땅콩을 떼어내어 올려두자, 잠시 후 친구들이 주변을 에워싸고, 귀에는 푸드덕푸드덕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조용히 눈을 감으면, 새들이 웅성웅성 모여들고 숲속 동물들의 반상회에 온 기분을 느끼게 되죠 ^^ ; 게다가 예기치 않게 딱따구리 손님들도 관심을 보이며 계속 나를 따라다니고, 커다란 까마귀까지 온통 나를 둘러싸면 좀 무섭기도 한데... 설마 까.. 까마귀가 내 손 위에 앉으려고 하겠어요? (응?)

지나가는 꼬마에게도 땅콩을 건네주고 기다리게 했더니 새가 손에 앉을 때는 얼음처럼 경직됐던 아이가 새가 떠나자 천사처럼 환하게 웃었어요. "엄마, 정말 왔어!"

아무튼, 눈물나게 행복하고 두근거리는 경험이라는. 물론 새들이 이렇게 사람에게 구걸?하지 않고 깊은 산에서 스스로 살아낼만큼 사람이 산을 멀리하는 것이 더욱 이로운 것임은 분명합니다. 

뱀발로 덧붙이는데, 모이 주는 중에 지나가는 부부가 해보고 싶다고 해서 땅콩을 드렸더니 서로 자기 사진 찍으라면서 소리 지르고, 아저씨가 땅콩을 땅에 버리면서 "나한테는 안 오네, 에이 젠장" 하면서 자리를 뜨더라구요. 집에서 셀카 찍지 산에 왜 왔나. 산에 오면 제발 조용히 좀 합시다.... 먹이주는 자로 임금님 기분을 느끼고 싶으면 서울랜드 동물원에 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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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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