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도 담임은 울 삘이다〉, 류연우 외 지음, 김상희 외 엮음, (주)나라말, 2011년.
"2008년~2010년까지 공고에 근무했던 교사가 국어시간에 쓴 시를 모은 시집"인데, 우연한 기회로 읽어보게 되었다. 쓸데없이 자기만의 은유를 일반화하려고 시도하는 시들을 좋아하지 않는데, 최근에 읽은 시들 가운데 정말 마음 짠하게 고개를 주억이며 읽었던 것 같다. 수업 시간에 애들에게도 읽어주었더니 깔깔깔 웃기도 하고, 공감도 된다고들 하더라. 나도 우리 반 아이들의 생각을 글로 좀 더 받아볼 기회를 만들어 볼 걸 하는 생각이 들었다.
교사되는 자질에 대해서도 뭔가 느꼈다. 어떤 사람은 자기가 특별한 자질이 없다며 좌절하고, 어떤 사람은 애들이 너무 거칠어서, 어떤 사람은 창의적이지 못한 교과서 때문에 좌절하고.. 특히 외부에서는 이 모든 비극은 교사 때문에라고 말들을 하지만, 나는 애들을 죽도록 패다가 폰카에 찍힌 교사의 동영상을 보면서도 분노보다는 연민을 느끼는 편이다. 우리는 어쩌다가 이렇게 서로 오래 만나는 공간에서 뒤틀리고 변태적인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며 지루한 시간을 보내게 되었나? 적절하고 타당하며 흥미로운 이야기를 왜 어른들은 던져주지 못하고 자기 얘기만 수업 시간에 하는 걸까 등등... 오늘도 한국의 아이들은 학교에 간다. 책을 읽다가 손바닥을 치며 공감했던 그네들의 몇 줄 이야기를 함께 나눠보고 싶었다.
노스는 간지템, 비싼 노스 안에 내 몸을 숨기고/ 무엇이라도 된 듯하게 당당하게 거리를 걷는다/ 한겨울엔 노스만 입어도 무서울 게 없다
나는 네네치킨에서 일한다/ 나는 배달부장 이 부장이다/ 나는 이 동네 배달 업체를 주름잡는 사람이다
사고 치고 잽싸게 도망가는 것도/ 먹을 것 주는 사람 좋아하는 것도/ 똥개와 나는 닮았다
시간은 왜 나를 기다려주지 않는 걸까/ 엄마도 친구도 다 나를 기다려 주는데
어른들은 속상해서 담배를 피운다고 한다/ 하지만 내 친구들은 맛있어서 피운다고 한다
내 마음은 벌써 어른인데/ 어른들은 우리 맘을 모른다
나는 오늘도 지하철을 탄다/ 사람들은 내 교복을 보고는 얼굴을 찌푸린다
모든 것엔 돈이 필요하다/ 돈이 있으면 곁에 사람이 많다
면접 보러 가니깐/ 전화한다고 한다// 말로는 전화한다고 하는데/ 나는 전화 안 할 거라는 걸 알고 있다
돈이 없어서 전단지 알바를 했다/ 근데 안 받는 사람들이 많다/ 존나 쿨한 척하고 안 받거나/ 존나 쪼개며 안 받을 때 기분이 상한다/내가 왜 이 짓을 해야 할까/ 용돈 안 주는 엄마가 밉다
연필이 잘못 쓴 글씨를/ 지우개는 말없이 지워 준다
가출도 반복된 일상/ 학교처럼 지겨워졌다
하지만 게임을 끄고/컴퓨터를 끄고 나면// 현실로 돌아와/ 아무것도 남지 않은// 초라한 나를 거울로 바라본다
열아홉은 꽃다운 나이가 아니다/각자 무거운 짐을 하나씩 들고 있다
새벽 한 시 내 방문이 열리면/코를 찌르는 듯한 술 냄새가/ 아버지보다 먼저 방으로 들어왔다
엄마는 계속 비교한다/ 지치지도 않는 모양이다/ 들리지 않는 척 무시를 해도/ 방문을 쾅 닫고 방 안에 들어가 있어도/ 엄마는 입을 결코 닫지 않는다
엄마!/ 학교를 옮겼어도/ 나는 나야/ 난 절대 달라지지 않았어
돈은 삼천 원뿐이라 학교에 갔다/ 학교는 밥과 잠자리를 제공하는 좋은 곳이다
일하기도 바쁜 엄마를 학교에 오시게 했다/ 엄마는 자존심이고 뭐고 버리고/ 그저 부탁 드린다고 봐 달라고 하셨다/ 몹쓸 짓을 한 것 같다
막걸리를 드시고 기분 좋게 취하신/ 아빠가 나에게 하는 말// 우리 막내딸 시집가기 전에/ 내가 죽으면 안 되는데
아픈 몸을 이끌고 기도하시는/ 나의 어머니/ 그래서 난 애들한테 맞아도/ 참아야 한다
담임은 울보다/ 우리가 쪼금만 잘못해도 운다/ 다른 선생님 시간에 떠들어도 운다/ 대들다가 울면 우리만 불리해진다/ 내일도 담임은 울 삘이다
밥 먹어야 할 땐/ 나도 모르게 잠에서 깬다/ 정말 신기하다
기분 좋으면 플라스틱 야구방망이/ 기분 안 좋으면 알루미늄 야구 방망이/ 때린 데 또 때린다/ 우리 반은 야구장
나는 전자과다/ 얼른 졸업해서 납과 관련 없는 일을 할 거다
왕따 시키는 애들을/ 부숴 버리고 싶다
네 시 삼십 분이 되면 청소를 하고/ 종례를 하는데 그 전에 탈영하면 죽음이다/ 그렇게 겨우,/ 힘들도 험악한 교도소에서 나온다
싸움을 잘하는 척을 하는 게 아니었다/ 초조하다 긴장된다/ 옥수수가 팝콘이 되는 것처럼/ 심장이 터질 것 같다
맨날 천백 원 주고 빵 사오란다/ .. 나도 똑같은 사람이다
오늘 우리 반 어떤 아이가 / 기계 작업을 하다가 / 손가락이 잘렸다// 기계가 돌아가는 부분에 손을 넣었다가/ 다른 애가 작동시켜서 잘린 것이다// 둘 다 불쌍하다
한 달이 지날 때마다 한 명씩 사라지는 학교/ 우리 학교는 신기한 학교
학교 화장실은/ 여학생들의 이야기 공간/ 화장실은 최고다
나는 빵을 사다 주는 아이와/ 시키는 아이의 중간이다/ 빵을 사 오라 시키면 편하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다/ 나는 편안함과 불편함의 중간이다
(2011년 9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