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장, 교감, 학부모 대표, 이웃학교 교장, 이사장, 부장급 선생님, 3학년 선생님들 모두 객석 어딘가 조용히 앉아 턱을 괴고 무대를 응시하며 아이들을 지켜보다가 고개를 주억이며 돌아가는 졸업식.
학교가 가장 좋았던 아이의 송사 뒤에 학교가 가장 미웠던 아이의 하소연을 들어주며 선생님과 교장이 사과하고 안아주고, 꼭 다음부터 안 그럴게라고 약속하며 서로를 용서하는 졸업식.
학교 발전에 기여한 위원장과 기부자, 학교의 명예를 높여준 공부 잘하는 아이에게 건네는 인사는 개인적으로 하고 학교 다니기 가장 힘들어했지만 끝내 졸업한 아이와 학교 덕분에 정말 행복했다는 아이에게는 크게 축하하며 메달을 걸어주는 졸업식.
졸업생들이 돈을 모아 기념거울을 사주는 대신 장화를 신고 1년마다 학교의 좁은 벽 하나를 각종 협박과 찬사와 노랫말과 캐릭터 그림과 편지로 채워놓는 졸업식. 그 벽을 입학식에 지우고 예쁜 그림으로 다시 채우는 1학년.
시간이 걸려도 한 명 한 명의 손을 잡아주며 졸업장을 선사하고, 우등상장을 마지막 인사하는 교실에서 담임이 나눠주지 않아서 누구누구 엄마는 얼굴을 붉히지 않아도 되는 졸업식.
대학진학에 실패한 아이들의 대표가 나와서 스스로와 친구들에게 괜찮다고, 인생 살다가 별 거 아닌 작은 언덕 하나 만난 것 그까짓 거 힘내자고 으쌰으쌰 화이팅해서 열등감을 멀리멀리 날려보내는 졸업식.
행사 대표 사진 대신 아이들의 셀카를 한 장씩 커다란 화면에 넘겨보며 "우린 다들 서로 닮았어" 낄낄대는 졸업식.
화장실 청소하는 선생님, 지하 보일러실 관리하는 선생님, 의자 고쳐주던 선생님의 작별 인사를 들어보는 졸업식.
마지막에는 후두둑 밥알 떨어질 것만 같이 무대에 200명이 꾸역꾸역 끝내 올라가서 얼굴살을 부비대며 객석을 향해 "나는 존나 내가 좋다!" 고래고래 소리지르며 끝나는 졸업식.
(2012년 2월)
